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정작 여행을 할 때보다 여행을 준비할 때의 미묘한 떨림이 더 즐겁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여행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일이 없어도 공항을 방문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만큼 여행을 떠나기 전의 느낌은 묘한 구석이 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여행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간의 생활 터전을 임시적으로 옮기는 것으로, 일시적인 자발적 떠돌이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과 풍경이 다르고, 문화와 기후가 다른 곳을 떠돌 때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현지의 예절을 미리 익히고 현지의 통화를 준비하고 간단한 인사말, 생존 언어 정도는 미리 익혀두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현지의 날씨에 맞는 피복을 준비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여름날씨에 떠났는데, 겨울 날씨인 현지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차로 여행하는 경우에는 불과 수 백 킬로를 이동하면서 사계절 모두를 경험하기도 한다.
터키에 오는 여행객이 사전에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날씨에 관한 것이다. 여름에는 덥냐, 겨울에는 춥냐는 질문이 가장 흔한 질문이다. 하지만 난감하게도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좀처럼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터키는 기후가 워낙 다양하고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니 지금은 지금 온난화와 기상이변의 시대가 아닌가!
위의 그림은 터키가 위치한 아나톨리아 반도가 다양한 기후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 그림에서는 13가지 종류의 기후가 아나톨리아 반도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기후는 크게 4가지 종류로 지중해성 기후, 해양성 기후, 대륙성 기후, 고산 기후 등이다.
터키의 서부와 남부는 주로 지중해성 기후로 사계절의 기온차가 비교적 적고 대체적으로 습하고 온난하다. 흑해 지역인 북부 해안선 지역은 1월 평균 기온이 약 4.2도이고 7월 평균은 22.2도 정도로 아주 춥거나 아주 덥지 않다. 사계절 내내 비가 오지만, 여름에는 더욱 집중되고 산악이 혼재한 지형 때문에 대규모 홍부가 많이 나는 곳이다. 대륙성 기후는 중부지역의 주요 기후로 여름에는 매우 건조하고 기온이 높으며, 겨울에는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동부의 일부 산악지형에서는 고산기후도 보인다. 이 지역은 여름이 짧고 비교적 기온이 낮은 반면 겨울이 길고 매우 기온이 낮다.
여름은 지역간의 습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덥고 햇볕이 매우 뜨겁다는 점에만 유의를 하면 되지만, 겨울에는 지역간의 기온과 기후의 편차가 크다.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옷가지와 장비가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겨울에 장거리 시외버스로 이스탄불에서 출발하여 안탈리아까지 가는 동안, 사계절을 모두 경험한 적도 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 날씨에 출발하였는데, 내륙을 지나는 동안 폭설이 내리고, 남부인 안탈리아에 도착하자 두꺼운 옷을 입고는 다닐 수 없는 봄 날씨였다. 그러면 여름 날씨는 어디서 경험했을까? 바로 버스 안이다. 터키인들은 찬바람을 맞는 것을 매우 싫어하여, 여름이 되어도 에어컨을 세게 틀지 않기 때문에 여름의 버스 안은 대체적으로 더운 편이다. 그런데 겨울의 버스 안은 찜질방 그 자체이다. 히터에 한이 맺힌듯 풀가동을 하면서 좀처럼 낮출 줄을 모른다. 창문은 열리지 않으며 승객들은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따뜻하게 옷을 입고 탔다가는 땀이 삐질삐질 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특히 겨울의 밤 버스는 최고봉이다. 이렇게 보면 터키의 주요 기후대는 지중해성 기후, 해양성 기후, 대륙성 기후, 고산 기후 그리고 시외버스성 기후로 다섯 가지라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터키가 북반구에 속해 있으며 위도와 계절 변화가 얼추 비슷하기에, 여름에 출발했는데, 겨울에 도착 한다든지, 두꺼운 롱패딩을 입고 찜통 더위에 비행기에서 내리는 일까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신발과 옷가지는 대충 상식적인 선에서 준비하되, 겨울에는 사계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얇은 겉옷을 한 두 가지 챙기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를 먼저 확인한 후에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가장 강력한 변수가 나타났으니 바로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이다. 건조해야 할 여름에 장마처럼 비가 오거나, 흐리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전형적인 겨울 날씨 대신 비나 눈이 거의 내리지 않은채 지나가기도 한다. 지금도 이스탄불 수원인 저수지의 수위가 1/3에 불과하다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