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안전한 터키 여행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번진 Covid-19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이들 사이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 되었고, 공공장소의 출입구에서는 마스크 착용여부에 대한 점검, 손 소독과 체온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 대응과 방역에서 전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생활은 일상이지만, 코로나에 대한 민간의 의식과 대응이 매우 심각한 미국, 유럽 등에서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훨씬 높다.
이러한 위험으로 인해, 공무, 출장 등의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럽 여행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앞으로 1년 가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코로나로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을 호젓하게 여행할 기회로 삼는 소수의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터키의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 10월부터 기온이 내려가면서 급증하기 시작한 하루 코로나 환자수는 11월 중순을 지나면서 4,000명을 돌파하여 5,000명대로 향하고 있다. 유럽의 수 만 명 상황에 비하면 무난하고, 더군다나 8,500만 명에 달하는 터키 인구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숫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통계의 함정이 하나 있다.
7월 말 경, 터키 보건부는 코로나 관련 통계를 발표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vaka’라는 단어 대신 ‘hasta’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보건부 장관은 “모든 vaka가 hasta는 아니다”라고 설명하였다.터키어에서 vaka는 사건을, hasta는 환자를 의미한다. 보건부 장관의 발표는 코로나 검사를 통해서 양성으로 판정되었다 하더라도 증세가 없으면 환자로 분류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7월 말 이후로 터키 보건부에서 발표하는 숫자는 ‘확진자의 수’가 아니라 ‘환자의 수’이다. 물론 유감염 무증상자를 비감염자로 여기겠다는 것은 아니고 환자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확진자도 모두 집에서 2주를 격리하도록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길에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 돌아다닐 가능성은 적지만, 터키의 코로나 관련 통계만 보고 코로나 상황이 괜찮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터키의 코로나 확진자수는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 것일까? 일부 야당 정치인은 발표된 환자수의 20배라고 하고 소수의 의사는 10배라고 하기도 하였지만, 터키 보건부에서 정확하게 밝히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추측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 11월 20일, 터키의사협회(TTB)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기준일자는 알 수 없으나 터키의 하루 확진자는 47,629명이며, 그 중 12,631명은 이스탄불에서 나왔다고 밝힌 것이다. 이 발표가 맞다면 터키의 실제 확진자수는 발표되는 환자수의 10배 혹은 그보다 약간 많은 숫자라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정부 기관의 공식발표가 아니기 때문에 추정에 불과하다.
최근, 터키 정부는 급증하는 코로나 확진자와 환자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의료시스템의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중환자 숫자의 큰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한번 부분적 락다운을 시작하였다. 10월 20일 오후 8시부터, 식당, 카페 등의 식음료점의 영업시간과 영업방법을 제한하고 시간대와 연령에 따라 부분적으로 통행을 금지하며, 모든 교육기관은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였다. 또한 주요 거리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모든 실내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였다. (세부적인 시행 방법)
마스크 착용, 흡연 금지 등의 조치를 제외하고,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주말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예외로 인정된다. 주말 저녁에도 이동할 수 있고 원하면 관광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식당과 카페에서 현장 식사가 금지되고 오로지 배달, 포장 판매만 가능해짐에 따라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며 다양한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고자 하는 여행객에게는 실망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의 전파와 감염 위험이 식사할 때 가장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어떤 면에서는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의료혜택을 보기 어려운 여행지에서 코로나에 감염되는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짐작했겠지만, 터키에만 해당되는 안전한 여행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기본적인 개인 방역을 여행 기간 내내 힘써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터키의 코로나 확진자수가 유럽 최고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확진자와 그 주변의 감염 가능성을 철저하고 꼼꼼하게 추적하여 검사하고 격리하는 한국과 달리, 터키는 확진자 당사자 외에, 주변인에 대해서는 검사를 권고할 뿐 별다른 강제적인 조치가 없기 때문에 길거리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가 다닐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군중이 밀집한 환경은 가능한 철저하게 피해야 한다.
사실 가능하다면 코로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여행을 미루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터키 방문객 중에는 자의로 온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불가피하게 방문하게 되었다면 개인 방역에 더욱 힘쓰고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하며 기본적인 코로나 안전수칙을 더욱 철처하게 지키가며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다.
너무 유익한 내용이네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