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도시 에페수스의 현재 지명은 셀축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에페수스는 셀축의 과거 이름이 아니다. 지리적으로는 같은 곳이지만, 역사의 연속성이 없고, 공유하고 있는 부분도 사실상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에페수스는 에페수스고, 셀축은 셀축이다. 에페수스와 셀축은 지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많은 것에서 다르다. 시대가 다르고, 도시를 구성했던 인종과 종교가 다르고, 건축 양식과 생활 양식에도 연속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고대도시인 에페수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발전하고 변화하여 셀축이 된 것이 아니라, 에페수스는 어느 시기에 이주민들이 떠나고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잊혀졌고, 수 백 년 후에 땅의 주인이 바뀌면서 새로운 도시가 새워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새로운 땅의 지배자들은 에페수스가 자랑하던 수많은 우상들을 철저히 배격하는 무슬림들이었다.
그 에페수스를 7년 만에 다녀왔다. 그 사이에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자료 수집을 위해 간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코로나 환자가 매일 1,500-1,700명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숙박을 해야 하는 여행을 떠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었다. 위험부담을 그나마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비행기나 장거리 버스 대신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여 다녀오기로 하였다. 단점은 운전만 왕복 12시간 정도를 해야 한다는 것…
에페수스 관람은 보통 1-2시간이면 마칠 수 있지만, 자료수집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로쿰소프트에서 제작하는 어플의 자료는 모두 직접 준비를 한다. 음성대본과 읽기자료 그리고 자료사진 모두 만들고 가공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미 제작, 출시되어 있는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 히포드롬도 사진 촬영에만 반나절이 소요되었다.
7년 전, 사전준비를 위해 방문 때에는 자료 사진 촬영을 위해서 에페수스 고대도시 안에서만 5시간을 머무르며 작업을 하였다. 심지어 지금은 한여름이다. 일기예보 어플은 낮 기온이 38도를 넘길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방문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에페수스 고대 도시는 바닥은 대리석이고 그늘이 거의 없는 곳이다. 여름에는 극도의 뜨거움, 겨울에는 살을 에이는 추위와 싸워야 한다. 때문에 시간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여름, 겨울보다는 봄, 가을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아니나 다를까, 뜨거운 햇볕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서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지, 현지 가이드는 최소 5분은 설명해야 할 유적 앞에서 “여기는 OOO라는 곳이고…”로 시작하여 단 10초만에 설명을 마치는 꼼수를 발휘하였다. 물론 코로나 시국에 큰 돈과 시간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여 이곳을 처음 방문하였을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극도로 성의없는 설명을 눈치채지 못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였다. 수차례 여러 가이드와 유적지를 방문하여본 나는 가이드가 관광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안다. 좋은 가이드를 만나면, 단 한번의 방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과 유익을 가져다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무엇을 보아야 할 지도 모른채 그곳을 떠나고 몇 년이 지난 후에야 무엇을 놓쳤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 로쿰소프트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정성을 다해 오디오 가이드를 제작하는 이유이다. 비용만 생각한다면 오디오 가이드앱 제작을 그만 두어야 하지만, 이 앱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 가게 된 이번 방문에서만 1,200여장의 사진과 40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준비하였다. 프로그래머는 수 백, 수 천 줄의 코딩을 하며, 몇 달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게 된다. 아무쪼록 이 노력의 결과물이 많은 여행자들에게 유익과 추억을 가져다주기를 기대한다. 이 시국에도 어디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