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자들이 흔히 돈두르마라고 부르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정식 이름은 ‘카흐라만마라쉬 되브메 돈두르마스(Kahramanmaraş Dövme Dondurması)’이다.(혹은 짧게 ‘마라쉬 돈두르마스(Maraş Dondurması)’라고 하기도 한다.) ‘Kahramanmaraş’는 지역명이고 ‘dövme’는 두드려 만들었다는 뜻이며 ‘dondurma’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이다. 돈두르마(dondurma)는 특정한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그냥 일반 명사에 불과하므로 터키에서 ‘그’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할 때, 앞을 생략하고 돈두르마를 달라고 하면 평범한 아이스크림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라쉬 아이스크림이 뭐길래 사람들의 선호를 받는 것을까? 가장 먼저 터키 아이스크림으로 통칭되는 마라쉬 아이스크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길거리 판매상의 퍼포먼스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줄듯 줄듯 안 주는 장난이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당황과 민망함을 일으키고 장난이 조금 길어지면 짜증과 분노도 유발하지만(터키의 5살짜리 꼬마는 실제로 경찰에 신고를..;;), 구경꾼에게는 꿀잼을 보장한다. 짧은 순간 예측을 깨고 이리 저리 줬다 뺏는 기술은 일종의 패턴이겠지만 첨 당하는 사람은 혼이 빠진다. 아쉽게도 최근엔 업계에 새로 뛰어드는 판매상이 많아지면서 기술과 퍼포먼스가 단순해져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특히 한국에서 장사하는 이 중에는 이전에 경험은 없이 호구지책으로 막 시작한 경우가 많아서 자신부터 뻘쭘해하는게 눈에 보이는 경우도 있다.
마라쉬 아이스크림은 오스만 제국의 말기인 1800년대 중반 Kahramanmaraş에 살던 Osman Ağa라는 사람이 난뿌리로 살렙(Salep)을 만들다가 우연히 제조법을 발견한 후로 ‘살렙으로 만든 빙수(Salepli Karsambaç)’라는 이름으로 팔다가 후에 마라쉬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전통적인 마라쉬 아이스크림은 카흐라만마라쉬 지역에서 백리향, 크로커스, 케벤, 히아신스 식물을 먹고 자란 염소의 젖으로만 만들며, 4시간 안에 작업장으로 운송되어 마라쉬 주 안에서만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을 지켜야 한다. 마라쉬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귀한 존재다. 즉, 판매상의 손에서 그렇게 장난감처럼 희롱의 도구가 될 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길거리 버전의 마라쉬 아이스크림은 아마도 보다 저렴한 소젖을 사용하고, 살렙대신 다른 증점제를 사용하여 쫀득한 질감을 모방한 것들일 수 있다.
마라쉬 아이스크림의 맛과 향, 질감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마라쉬 지역의 염소젖과 살렙 그리고 마스티카 수지이다.
1. 염소젖
앞서 말한대로 마라쉬 돈두르마스는 전통적으로 염소젖으로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소젖으로 만든 다른 아이스크림과는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다. 염소젖은 지방 함량이 높고 단백질이 풍부하여 아이스크림이 더 부드럽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소젖이나 혼합된 우유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2. 살렙(Salep)
난뿌리의 일종인 살렙은 겨울철에 마시는 음료로도 유명하다. 달콤하고 다소 뻑뻑한 음료인 살렙은 겨울철 추운 날씨에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맛은 마라쉬 아이스크림을 뜨겁해 해서 마시는 맛이다.(응?) 여러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겨울에 터키를 관광 중이라면 한번쯤 마셔볼만 하다. 이 살렙이 마라쉬 아이스크림에 들어간다. 마라쉬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만들어내는 재료 중 하나이다.
3. 마스티카 수지
마스티카 수지는 그리스의 히오스 섬에서만 자라는 옻나무과의 식물인 마스티카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말려서 만든다. 고대에는 껌으로도 사용 되었지만, 워낙 제한된 곳에서만 나는 산물이라 오스만 제국시대에는 같은 양의 금과 교환이 이루어질 정도로 고가의 재료였다고 한다. 마스티카 수지는 소화불량을 개선해주는 것은 물론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암 예방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아울러 향균 작용을 해 치아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데, 이쯤 되면 그 흔한 만병통치약?!
이 외에도 설탕, 바닐라 등 각종 재료를 넣어 냉동하는 과정에서 계속 두드려 밀도를 높인다. Dövme(두드린다는 뜻)라는 말은 이 때문에 붙는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맛만 좋으면 되지.
여름철의 별미이자, 여행에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하는 마라쉬 아이스크림, 터키에 여행 중이라면 꼭 한번씩 맛보고 가시길. 한국에도 ‘MADO'(Maraş Dondurması의 약자)가 있어서 사먹을 수 있는 건 안 비밀.)